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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생각

[에세이] 시월의 마지막 밤, 스며드는 쓸쓸함

by 경인 송택자 2025. 10. 31.

 

오늘은 10월 31일, 시간의 페이지가 조용히 넘어가기 직전의, 희미한 잔광 같은 순간입니다. 창밖은 이미 깊은 어둠에 잠겨 있고, 유난히 차가워진 바람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이 계절의 끝을 알려줍니다. 열두 달 중 가장 화려했던 달이, 이토록 무심하고 고요하게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시월은 늘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주었지만,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가장 빨리 떠나버리는 야속한 달이기도 했습니다. 이 달 동안 겪었던 수많은 순간들, 따스한 햇살 아래 무심히 지나쳤던 하루의 기쁨, 그리고 혼자 힘겹게 넘겨야 했던 고민의 밤들이 파노라마처럼 덧없이 스쳐갑니다. 이제 그 모든 흔적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아련한 그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찡하게 울립니다.

 

우리는 왜 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모든 것이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는 걸까요. 달력이 닫히는 문 앞에서, 미처 꺼내지 못한 감정의 조각들,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함, 그리고 어쩌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일들에 대한 미련이 한데 뒤섞여 목을 메이게 합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찰나의 순간들이 남긴 깊은 여운 때문일 것입니다.

내일이면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11월 1일'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것입니다. 공기는 더 차가워지고, 나무들은 더 앙상해지겠죠. 하지만 이 10월의 공기, 이 마지막 밤의 온도, 이 찡한 감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계절의 교차로에서 서서, 나는 이 모든 사라져 가는 것들에게 조용히 작별을 고합니다.

 

잘 가요, 아름다운 시월. 당신이 남긴 이 깊은 울림을 안고, 나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습니다. 모든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가장 깊은 쉼표임을 믿으며, 다음 장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오늘 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가슴에도,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에 대한 찡한 감동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